KEVIN YOU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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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관계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물리적 매개를 잃어버린 뒤, 나는 갑작스러운 상실감을 경험했다.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모든 것이 사라져갈 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의 흔적을 외부의 이미지 속에서 찾기로 결심했다. 나는 과거의 사람들, 그들의 행위, 그리고 그 사이의 유대감을 떠올리며, 그 실마리를 당시의 ‘관계’에서 찾고자 했다. 변하지 않는 시간의 단위인 1년 12개월을 따라, 각 계절마다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찾아다니며 그것과 가장 닮은 순간들을 현실 속에서 재현했다. 이 작업은 현실의 이미지로 기억 속 과거를 다시 불러내려는 시도이며, 내 마음속 세계와 가장 가까운 장면들만을 남기는 과정이다. 그 여정의 끝에서 나는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은 더 이상 내가 기억하는 고향이 아니었다. 내 과거의 흔적들이 대부분 사라졌음을 실감한 나는, 이제는 영영 닿을 수 없는 마음속 고향을 애도하며 현재의 고향을 촬영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이미지들이 서로 비슷한 공간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 원본이 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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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장면은 작업의 출발점이다. 처음으로 내가 알고 경험한 다양한 관계들을 한 화면에 모아 담아보았다. 공원에서 가족, 친구, 연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마치 내 기억 속 여러 조각들을 한자리에 꺼내놓은 듯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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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누가 보아도 선명한 가을날이었다. 그 풍경 덕분에 흐릿했던 내 옛 기억도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촬영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던 나는, 마치 한편의 연극을 지켜보듯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갔다. 각자의 움직임과 관계 속에서 내 기억이 겹쳐지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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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월의 촬영을 기점으로, 오래된 강렬한 추억이 떠올랐다. 붉게 물든 단풍과 새하얀 아이스링크, 그리고 시가지 배경은 그것이 실제였는지, 아니면 시간이 덧씌운 미화였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현실에서 이 장면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긴 조사 끝에 마침내 이곳을 발견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이번 작업에서 나의 내면을 가장 많이 닮아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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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겨울의 놀이는 언제나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냈다.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공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동시에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방식으로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촬영을 위해 찾아간 길은 쉽지 않았지만, 눈앞의 풍경과 그 안의 다양한 이야기가 그 과정을 충분히 의미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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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어릴 적 눈이 내리면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뛰어나가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곤 했다. 종일 놀고 나면 손과 발이 시려워 빨갛게 달아오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날 찾은 공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눈 오는 날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 방식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나에게 겨울의 눈은 늘 눈사람이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순간을 기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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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장면은 사전 계획 없이 우연히 마주한 풍경이었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나의 기억과 겹쳐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장면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며,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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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전에 한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뒤, 다시 찾아간 장소였다. 계절이 바뀌자, 같은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봄날의 공원은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가 어우러진 장면으로 가득했고, 그 안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기억들이 겹쳐지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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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꽃이 만개한 풍경 속에서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예전에는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시간을 나누는 일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장면은 그 기억을 다시 불러냈다. 꽃은 세대를 잇는 매개체처럼, 가족의 유대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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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봄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난다.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꽃밭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나누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관계와 기억은 그렇게 ‘함께한다’는 행위에서 시작되고, 또 다른 관계로 이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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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곳의 화단은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했다. 그 꽃들은 내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고, 만개하는 순간이면 동네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곤 했다. 그날의 장미 또한 봄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지만, 내가 진짜로 발견한 봄은 그 옆에서 피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꽃은 결국 사랑을 기억하게 하고, 그 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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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어릴 적에는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숙소로 돌아와 씻곤 했다. 지금의 풍경을 마주하며,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내가 찾던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름을 보내는 우리의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사라진 공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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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바다는 내게 늘 좋은 추억을 남겨준 장소다. 바다의 내음, 맛있던 간식,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누던 사람들의 기억을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이 날 마주한 바다는 내가 사랑해 온 모든 것들이 여전히 변함없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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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기억을 찾아가는 여정 끝에 내가 태어난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에는 내가 기억하던 고향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과거의 흔적 대부분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마음속 고향을 애도하며 오늘의 고향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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